일기
ep29. 무제
파도아리
2025. 12. 4. 04:08
- 오랜만에 회고 다운 회고를 적는다. 요즘엔 그저 1일 1회고를 채우기 위해 급급히 내용을 채웠는데, 간밤에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정리되면서 글로 적고 싶어졌다.
- 회고에 제목을 붙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. 회고를 다 적고 나서 제목을 붙이긴 하지만 무의식 중에 하나의 주제로, 무언가 하나로 묶이는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. 오늘을 마지막으로 제목을 적지 않을 예정이다.
- 메타 광고를 돌리려고 페이스북 계정을 설정하다가 갑자기 영문도 모르게 정지당했다. 하는 수 없이 다른 계정으로 하려 했는데 그 계정도 정지 됐다. 하려던 계획대로 안 돼서 답답했지만 다행히 얼굴 인증하고; 한 시간 후에 풀어줬다. 근데 얼굴 인증 정보 바로 삭제한다고는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를 빼앗긴 느낌이다.
- 요즘 날씨가 추워서 사무실에 가는 게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. 창 바로 앞이라 바람이 든다. 그래서 집에서 작업을 자주 하게 되는데 오늘은 스타벅스에도 잠깐 들렀다.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많지만, 나는 스타벅스에서 작업이 가장 잘 되는 것 같다. 예측가능함 때문인가. 와이파이도 예측 가능하게 계속 끊기긴 한다. 작업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.
- 1인 사업을 하는 것은 정말 모든 직무를 경험해 볼 수 있다. 덕분에 이것저것 해보면서 내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느끼게 된다. 내가 돈 관리하는 것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, 지금은 사업 비용 관리하기가 너무너무 귀찮다. 내가 체계화하고 구조화하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, 그걸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된 걸 바탕으로 자동화하고 효율화하는 걸 좋아하는 거였다. 하나하나 써가면서 구조화하는 것은 자꾸 미루게 된다. 그래서 PPT 외주 인사이트 정리도 자꾸 미루게 되어... 근데 이제 더 쌓이기 전에 진짜 해야 함. 내겐 여름 방학 일기 같다.
- 외주 업무가 정말 들쑥날쑥 들어온다. 어느 때는 왜 이렇게 안 들어오지 싶다가도 어느 날은 많이 들어와서 이걸 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압박감이 생기고. 프리랜서들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다. 언젠가 골라서 업무를 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겠지...?
- 오늘은 편집 디자인 느낌의 작업건이 들어와서 재밌게 작업했다. 아직 기한이 좀 남았지만 재밌어 보여서 슬쩍슬쩍 작업을 했다. 오랜만에 디자이너가 된 것 같고? 재밌었다.
- 내 프로덕트를 자신 있게 누군가에게 소개할 수 있는가? 아직 아닌 것 같다. 그래서 사실상 내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데 베타 테스트를 하는 게 의미 있나 싶었다. 나를 먼저 만족시켜야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? 내가 작업하는 데 있어서 부족함 없이 쓸 수 있게 만들어보자.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. 근데 어떻게 안 조급해하지? 기술이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데?! 그렇지만 난 강하니까...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에서 본질을 찾고 나만의 흐름을 잡자. 한 달 만에 완벽한 게 나왔을 거면 이미 있을 거다.
- 어쩌나 저쩌나 PPT 외주 - PPT AI 프로덕트 루프는 정말 좋은 것 같다. 일단 내가 진성 유저인 것이고(PPT 외주 하는 사람만큼 PPT를 빠르게 잘 만들고 싶은 사람이 없지 않을까), 계속해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인지 어떤 개선을 더해야 하는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. 심지어 돈을 받고! 꽤 재미있는 루프 같은데 한계가 어디까지 일지 계속 실험해보고 싶다. 이론상은 완벽한 루프. 근데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. 그래서 어디가 한계인지 그 한계에 빠르게 도달하고 싶다.
- 근데 어쩌다가 내가 PPT를 만들고 있을까. 퇴사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PPT를 만들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. 일단 UX/UI 디자인은 많이 해봤고 나름 잘하니까 UX/UI 디자인 외주를 하면서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지 생각해 봐야지. 이렇게 아예 투트랙으로 가려고 했는데, 막상 외주를 하려고 하니까 꼭 UX/UI만 해야 할까? 하고 다른 디자인 분야도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. 그중 자동화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던 것 같다. UX/UI 디자인은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이긴 하지만 디지털 프로덕트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보니 결국에 최종 결과물은 코드이다. 그래서 디자인 자체만을 자동화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최소한 프론트엔드 코드 작업이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했다. 실제로 나는 혼자서 웹이나 앱 작업을 할 때 피그마를 켜지 않고 바로 코드로 작업한다.(요즘은 클로드가 대신해 준다.) 그렇다고 내가 프론트엔드를 그만큼 잘 아나? 그건 아니었다. 그래서 패스. 그다음에 눈에 들어온 건 상세페이지였다. 그래서 몇 번 만들려고 시도해 봤는데, 상세페이지 작업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감이 빠르게 안 잡혀서 흥미가 안 생겼다. 광고 소재나 다른 것들도 한 번씩 고려해 봤지만 PPT가 여러모로 적당한 복잡도를 가지고 있고, 웹/앱 작업과 다르게 PPT에서 디자인만 하면 바로 발표를 할 수 있듯이, 그 자체가 결과물이라는 데에서 흥미가 생겼다. 그리고 꽤 많은 프레젠테이션 작업 경험이 있었고, 숨고에서 디자인 분야 등록을 할 때 여러 분야를 해놨었는데, PPT 의뢰가 가장 많이 들어와서 수요도 생각보다 큰 분야라고 느껴졌다. 다양한 산업의 기업에서 또 학교에서 안 쓰이는 곳이 없다. PPT라고 묶어서 표현하지만 강연/발표 자료, 제안서, 소개서 등 세부적으로 많은 목적으로 쓰인다. 그만큼 PPT AI 서비스들도 많지만 나만의 뾰족함을 잘 찾아서 누구나 디자인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. 외주를 하면서 나는 AI를 활용해서 정말 쉽게 끝낸 일들도 많았는데, 나뿐만 아니라 나에게 작업을 맡기는 분들도 굳이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잘 만들어낼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. 뭐 내가 PPT를 지금 하고 있는 이런저런 이유이다. 아 그리고 16:9의 일정한 페이지에, 페이지마다 적절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이 꽤나 매력적이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