ep37. 251211

1. 콘텐츠는 뭐가 잘될지 정말 모르는 것 같다. 잘 될 것 같은 콘텐츠가 안될 때도 많고 생각지도 못하게 잘 될 때도 많은 것 같다. 오늘은 생각보다 잘 안 됐는데, 그러다가 이제 다른 플랫폼에서도 해야 하나 싶어서 릴스를 만들까 하다가 뭐 하고 있는 거지?라는 생각이 들었다. 물론 하면 좋은 거지만 지금 나의 목표가 무엇인 거지? 마케팅인가? 그것보단 지금 제품 퀄리티를 올려야 할 때인 것 같다. 비주얼을 만들어내는 프로덕트인 만큼 결과물만 잘 나와도 마케팅이 어렵지 않은 것 같은데, 아직 제품 퀄리티가 부족하다. 제품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선 내가 깎는 것도 있지만 실제 유저들이 어떤 부분을 불편하게 느끼는지 그리고 결과물 퀄리티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어떤 플로우로 사용하는 지도 더 알아봐야겠다. 당장에 유저가 많고 이런 건 의미가 없는 것 같고, 피드백 많이 받아서 퀄리티 올리는 게 지금 할 일인 것 같다. 고객 유치를 하는 게 아니라.
2. 요즘 한 번 집중하면 어느새 새벽 3시가 넘어간다. 집중 잘 돼서 좋긴 한데 너무 패턴이 이상해지는 거 같기도 하고. 그래도 이렇게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게 소중하다. 예전엔 상상만 하던 일을 하고 있어서 좋다. 처음 취업 준비를 할 땐 크고 유명한 회사들을 가려고 준비하면서도 초기 스타트업에서 밤새며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. 왜인지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 무의식 중에 생각하며 좀 더 안정적인 걸 하는 게 답인 줄 알았다. 근데 생각해 보니까 내가 못할 이유가 없었다. 당장에 돈을 많이 못 벌면 큰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, 내가 초기 스타트업에 간다고 생각보다 크게 위험한 건 없었다. 평소에 많이 들리는 첫 회사가 중요하다. 신입은 사수가 있어야 한다. 물경력되고 커리어 꼬이는 걸 조심해라. 이런 말들을 많이 듣다 보니 정작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해보고 싶은 걸 못해보는 더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.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음에 정말 즐거웠다. 이 재밌는 걸 돈 받고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. 근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어느새 창업을 한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있었다. 또 무의식 중에 나는 할 수 없는 거라고 느꼈다. 또 부러워만 하다가 느꼈다. 이게 내가 더 하고 싶은 거라는 걸. 한 번 도전을 하고 나니 또 도전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. 그래서 지금은 더 재밌다. 너무 좋은데 그래서 종종 사라질까 두렵다.
3. 작년의 12월 31일이 떠오른다. 직장동료분과 함께 카페에 가서 각자 한해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. 그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번화가에 곧 성인이 되는 고3들이 친구들과 함께 새해를 맞으러 잔뜩 나와있었다. 그들이 꺄르르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젊음이 부럽다고 느꼈다.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. 내가 그들과 다를게 뭐지? 왜 나는 부러워하고 있는 거지? 그들이 할 수 있는 것 중에 내가 할 수 없는 게 있나? 그런 건 없었다. 20살로 대학에 입학할 수는 없지만, 대학에 다시 가려면 갈 수도 있다. 오히려 나는 경험이 쌓여 더 할 수 있는 게 많고 더 잘하는 게 많았다. 나도 아직 새롭게 도전할 수도 있고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것들 안 해본 것들이 잔뜩 했다. 근데 이미 나의 길이 정해졌다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면서 그들의 무궁무진함을 부러워했었다. 그래서 새해는 무조건 위험한 일들을 잔뜩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. 매일 운동하기 같은 새해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고 오로지 risk taking을 올 해의 키워드로 정했다. 생각보다 많은 risk taking을 하며 연말이 되었다. 대전에서 자취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서울로 이직하는 선택을 하기도 하고, 서울에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홀로 서기를 하는 데까지 수많은 결정들이 있었지만, 더 위험해 보이는 걸 선택하자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기에 매 결정마다 마음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.